오랜만에 시립도서관에 들러 일상계 미스터리 소설들을 다시 훑었다.
당연하게도 스포일러가 가득하니 열람에 주의하기 바란다.
(키타무라 카오루, 요노자와 호노부, 아오사키 유고의 작품을 다루었다)
위 글을 바탕으로 일상계 미스터리 작품 몇 가지를 대강 다시 훑어보고 정리했다. 사실 예전에 다 읽었던 것들인데, 다시 한번 기억 떠올리려는 목적으로 도서관까지 갔던 것.
키타무라 카오루의 엔시상 시리즈가 어째선지 서가에서 많이 빠져 있었다. 남은 건 가을꽃 뿐.
전에는 그 도서관에서 다 빌려 읽었었는데ㅠ 사서에게 부탁해서 서고에서 꺼내달라 하자니 괜한 일 시키는 것 같아 그냥 있는 것만 체크했다.
참고로 이렇게 3권은 우리집에 있다.
가을 꽃 - 키타무라 카오루
중심사건 - 절친 과실치사
분량을 채우는 방식 - 주인공이 겪거나 들은 청춘 시절의 여러 인간 관계 (불안함 내포)
힌트 - 상당한 분량의 천, 쇠파이프
=> 엄밀히는 일상계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. 사고사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.
분위기도 전체적으로 우울하다. 고전부 시리즈에서 다루는 불안정한 청소년기의 감성과 리즈와 파랑새에서 다루는 '동성친구에게 의존하는 캐릭터'가 나온다. 읽고 있자면 울 것 같다.
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- 요네자와 호노부
중심사건 - 자전거 도난 + 불법 면허취득 관련 사건
"미스터리를 가치있게 만드는 것" - 캐릭터의 비이성적 특성 (반드시 빚을 갚아야 하는 복수귀)
=> 캐릭터의 개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상계 미스터리의 난제인 "미스터리를 가치있게 만드는"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모범사례. 시리즈의 첫 이야기로서 정말 손색이 없다.
여름 파르페 사건 - 요네자와 호노부
중심사건 - 납치....및 유괴사건
힌트 - 오사나이의 말실수
=> 좀 더 본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. 사실 납치며 유괴는 일상계라고 하기는 어렵지만.. 도중에 샬럿을 두고 벌어지는 머리싸움이 나로서는 더 볼만했다고 생각한다.
밝혀진 사건의 전말에 또 하나 또 하나 진상이 겹겹이 쌓여있는 구조는 역시나 좋았고, 끝내 주인공들이 갈라선다는 결말도 충격적이었다.
마찬가지로 사건에 대한 힌트를 설정할 때 캐릭터의 개성을 잘 활용했다. 곧 유괴를 당하기 직전에도 단 것을 우선시하는 캐릭터. 근데 그게 이상하거나 어색하지 않다니 얼마나 대단한가.
가을 쿠리킨톤 사건 - 요네자와 호노부
중심소재 - 청소년기의 자기중심적 전능감
중심사건 - 연속 방화 사건
분량을 채우는 방식 - 주인공들의 엇갈린 연애 (고구마 500개), 나카마루가 가져오는 사소한 미스터리들
힌트 - 교내신문에 실린 다음 사건 예상지점, 교내신문을 학급별로 나눠 다르게 인쇄한 함정
=> 보기에 따라서는 심리적 공포물로도 분류될 법하다. 특히 나는 순식간에 얘네가 엇갈린 채 1년을 보내버리는 대목에서 엄청난 쇼크를 받았다. 진짜 하루하루가 소중할 그 시기를 1년씩이나..
으레 청춘물은 주인공들의 달달한 연애를 주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, 이 소설은 그걸 한번 비틀었다. 그리고 후반부의 극적인 재결합. 가을밤을 불태우는 방화사건현장.. 너무나 멋진 배경이다.
안녕 요정 - 요네자와 호노부
중심소재 - 타자화
분량을 채우는 방식 - 마야가 일본에서 겪는 사건들 (외국인의 시점에서만 미스테리한 현상들)
=> 정말 충격적인 반전.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를 얼마나 타자화/대상화하게 되는지, 그로 인해 빚어지는 비극들을 다루고 있다.
끝내 유고로 "관광"을 가려 했던 주인공의 모습과 <전쟁>이라는 대사건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.
카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
분량을 채우는 방식(?) - 피카레스크. 개인적으로도 일상계에 가장 적합한 구성방식이라고 생각한다. 에피소드마다 핵심사건만 다루면 되니까.
=> 개인적으로는 <하리야마 리에코의 서드 임팩트>를 꼽고 싶다. 이유는 러브스토리라서ㅋㅋㅋ 그리고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가장 "풀어야 할 가치"를 절박하게 부여하는 데 성공한 이야기이기도 하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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